올해 발렌타인 데이는 월요일이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초콜릿으로 온통 도배된 케익을 내밀며 월요일은 평일이니 미리 챙기려 했다는 티노
토요일 오후에는 Aguas termales, 남녀공용 온천탕 하나, 사우나와 야외 풀장이 있는 온천에 들러 땀을 한바탕 빼고 덜 마른 머리에 세상 편한 차림 그대로 테라스가 있는 식당으로 갔다
음식 주문을 하고 식전빵을 뜯으며 식당 구경하기 바쁘다가 문득 화장실에 다녀온다던 티노는 어디서 빨간 장미를, 그것도 가시만 다듬었지 포장도 없던 딱 한송이를 들고 와서는 드물게 수줍은 얼굴로 슥 내자리에 밀어뒀다
로맨틱하고 싶었구나
하지만 로맨스 밥 말아 먹은 나는 계속해서 장미가 어디서 난건지, 혹시 화단이나 어디서 슬쩍 해온건 아닌지 캐물어 기어이 장미의 출처를 밝혀내고는 그제야 뿌듯했다지
놀랍게도 1년 4개월만에 첫 꽃 선물이었고, 티노한테 미안하지만 새삼 내가 이렇게 꽃에 감흥이 없구나를 깨달았다(그래도 며칠은 보관해야지 했는데 그 날 저녁에 집에 오는 길에 잃어버림...)
하지만 수줍게 꽃을 내밀던 모습은 잘 기억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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