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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juana,Mexico 2020.03-/일상

열네번째 글, 코로나 백신 접종기

6월17일, 코로나 백신(얀센) 접종 완료!

지난달인가 지지난달인가 그 전인가부터 멕시코도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주 별로 진행 속도가 다르지만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의료진등 특정 직업군부터, 노인들 우선 접종이 시작되었고 갓 30대에 들어선 내 차례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훨씬 걸릴 것이라 생각해 옆나라 미국에 백신 원정이라도 다녀와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공포보다 곧 해외입국자 중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자가격리가 면제될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기에 슬슬 한국 방문 계획을 세우려던 참이다)

멕시코에서 올해 안에 차례가 돌아오긴 할까, 이름도 잘 안외워지는 중국산, 러시아산 백신이면 어떡하지, 자가격리 면제 받을 수 있는 백신이어야 하는데, 백신 부작용 나면 누가 책임지나 하고 있는 중에 생각보다 빨리 3-4주 전쯤 내가 사는 바하칼리포니아 주의 40대 백신 접종 시작
오, 생각보다 빠른데 하던 차에 지지난주(6월 둘째주) 에 드디어 30대 이하 - 18세 이상 일괄 접수가 시작 되었다

Baja California 주의 보건부 사이트 혹은 멕시코 정부의 백신 신청 사이트에 접수해서 CURP(주민등록번호 개념, 거주비자 소지 외국인도 CURP 보유) 번호 입력 후 간단한 문진표를 작성하면 이름과 CURP 번호가 찍힌 접수증이 나온다.
www.bajacaliforniasalud.org/vacunacovid19
https://mivacuna.salud.gob.mx

접수증에 백신 접종 가능한 지점이 나와 있거나 접수증을 갖고 내가 지점을 찾아 예약을 할 수 있다면 편리하겠지만 멕시코는, 최소한 Baja California 주는 그렇지 않다
바하칼리포니아주, 혹은 티후아나, 로자리토 등 시에서 관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들어가면 현재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연령대와 접종 가능 지점, 시간대, 백신 종류가 나와있다
백신 종류는 지점이나 접종 날짜별로 선택 가능한 것이 아니라 연령대별로 다르게 분류한듯 하다.
50대까지 접종시기에는 화이저 접종으로 알고 있었는데 40대는 AZ가 되었고, 이번에 얀센 물량이 들어오며 30대 이하는 일괄적으로 얀센 접종 대상자가 되었다

또 같은 지점에서 쭉 접종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운동경기장, 대학교, 중고등학교 등 공공시설을 이용해 접종을 하다보니 현장 사정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접종 지점, 시간대가 바뀌기도 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유심히 보고 있으면 내일 티후아나 지역 ㅇㅇ지점 접종 없음 혹은 ㅇㅇ 지점 50대 이상 화이자 2차 접종자 접종 가능 등 게릴라식 공지가 뜨기도 했다

쨌든, 나는 6월10일 등록을 해두고 접수는 했지만 언제나 맞으려나 하던 차에 지난주 월요일에 출근을 하니 이번주부터 30대 이하 접종이 시작될거라는 소문이 들렸다, 진짜...? 하고 있는데 화요일이 되니 접종 시작일이 6/17(목)으로 확정되는 분위기였고 수요일 오후가 되자 공식적으로 30대 이하 얀센 접종이 가능한 지점들과 시간표가 공지되었다

티후아나 접종지점 총 6군데 중 유일하게 드라이브스루 전용이던 Estadio Chevron 으로 결정
친분이 있는 또래 한국인 두명과 부작용도 봐줄겸 혼자 가면 심심하니까 셋이 같이 가기로 했다

8시부터 접종이니 7시 30분쯤 접종 장소 바로 근처에 모여서 이동하면 두어 시간 걸리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계획 짠 후 목요일 7:25분에 근처 Plaza 도착, 커피 한잔씩 사들고 5분 거리의 접종 장소로 가는데 분명 코 앞인데 이정표나 다른 접종 줄 안내 표시도 없이 진입 금지 선 쳐두고 도로 경찰이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오잉 하면서 옆 골목으로 돌아갔으나 여기도 통제.... 다시 빙 돌아 다른 골목으로 갔으나 여기도 아닌 것 같아 마침 근처 상점 앞에 서 있던 현지인에게 도움 요청

-안녕하세요, 혹시 이 골목 앞에 지금 서있는게 백신 줄인가요
-ㅇㅇ 맞아, 어휴, 근데 저기 저 멀리서부터(Desde alla lejos) 시작할걸요
-ㅇㅇ 고맙습니다

방금 우리가 들어온 골목 앞에 길게 늘어서 있던 줄이 백신 줄이란다, 어쩐지 끊고 들어오는데 눈치를 겁나게 주더라니 새치기 하는줄 알았나보다

접종 지점 주위 빙빙돈지 15분만에 줄이 어느 방향으로 섰는지는 찾았으니 이 줄 끝만 찾아서 서면 되겠다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차를 돌려 접종줄 마지막 순번 찾기 시작

왕복 6차선인가 8차선쯤 되는 나름 대로변에 진입로가 있고, 대략 300미터에 하나씩 유턴 가능한 신호가 있어 어느 신호에서 돌리면 되나 하며 늘어선 차들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시작,

-이야, 사람들 부지런하네요, 이번 신호는 안되고 다음신호까지는 가야겠다
-오....다음 신호도 안되겠는데
-...????? 어디까지 서있는걸까요, 이 사람들 다 몇시에 왔을까요
-쟤네 다 차 밖에 나와서 아침 먹고 있네요
-오......이 도로 끝나고 갈림길인데 일단 제일 직진 같은 길로....
-줄이 끝이 안보이는데요...? 저거 지금 다 안에 사람 타 있는거죠? 줄 맞죠?
-뭐야....몇시부터 와있는거야 다들
-여기 Tecate(1시간 거리 다른 도시) 가는 이정표 나왔는데...이대로 직진해도 유턴하는데 있겠죠..? 뭐야 이거

생각보다 훨씬 길고 이미 4-5km 는 족히 왔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보며, 도로명이 몇번이나 바뀌도록 늘어선 줄을 보며 직진 하던 차에 교통사고로 도로 통제된 구간이 있었고 바로 앞차 사람이 마침 서 있는 경찰에게 접종줄을 물어보는 것 같았다

-저 차도 접종 가네, 저거 따라 갑시다
-진짜 말도 안돼...다들 몇시부터 나왔을까요....우리 너무 무지했네..
-접종 일찍 끝나면 점심을 먹고 회사를 들어갈지를 고민하고 있었으니.... 오늘 안에 맞을지나 모르겠네요

하면서 또 계속해서 줄을 따라가다 문득 보니 반대편 줄이 끝난게 아닌가
오, 드디어 끝이네요 하고 유턴을 해서 꼬리를 찾아가 보니 줄이 끝난게 아니라 코너를 돌아 다시 이어져 있었다.....
대로변의 줄이 코너를 돌아 한 블럭을 지나 동네길로 접어들더니 어느 골목에선가 두갈래로 갈라져있고 그 중 내 차가 진입이 더 쉬운 방향으로 들어가니 어느 동네 뒷길,, 차선이랄 것도 없는 양쪽에서 차 한대씩 마주오면 사이드미러 스침을 주의해야할 정도의 좁은 반포장(?) 도로 위에서 드디어 줄의 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추 접종 장소까지 거리를 계산해보니 10km 남짓.... 대기줄 끄트머리에 자리 잡으면서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전 8:45...


오늘 맞을 수 있기는 한건가 하며 문득 바라본 연료게이지엔 1/5이 채 안되는 부분에 눈금이 걸쳐져 있고 97km를 더 갈 수 있다고 화면에 찍혀있었다.. 괜찮겠지.... 하며 일단 대기
8시부터 접종 시작이라 했지만 처음 1시간 가량은 정말 접종이 이뤄지고 있긴 한건지, 중간에 누군가 계속 새치기를 하고 있는건 아닌지 의심이 들정도로 줄이 줄어들지 않았다, 1시간동안 약 150m쯤 이동한듯 하다... 그 와중에도 내 뒤로 줄은 계속 늘어나 있었고 회사까지 빠지고 왔는데, 줄 끝을 찾느라 이미 1시간을 썼는데 이대로 돌아갈 수도 없으며 내일 온다고 더 앞에 줄을 서리란 보장도 없기에 쨌든 우리는 기다린다

다행히 셋이 함께 간 터라 티후아나 생활 , 회사 생활, 코로나 사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백신 접종줄 등 주제를 바꿔가며 얘기를 하다보니 지루하지는 않았다
1시간이 지나자 접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는지 5-10분에야 한번씩 움직이던 차들이 시속 5km 될까말까한 속도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이동을 시작했고 그 와중에 이 접종줄이 마침 티후아나에 몇 없는 한식당, 그것도 중식을 파는 식당 바로 앞을 지나가는걸 보고 점심 먹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접종 지점에서 약 5.5km, 우리가 줄을 서기 시작한 지점과 접종지 딱 중간쯤이었다
농담처럼 우리 이 속도로 가면 거기서 점심 먹을 수도 있겠는데요 하다가 어...진짜 가는 길에 점심시간 지나겠네....하다가 메뉴 고르기 시작..... 9시 30분쯤 후로는 차가 시간당 1km 정도는 움직였던 터라 대략적인 계산으로 11시 15분쯤엔 식당 앞을 지날듯 했다, 전화로 예약을 해두고 식당까지 거리가 좁혀지면 한국분 두명이 차에서 내려 식당으로 가 음식을 픽업한 후 다시 줄 맞춰 이동중인 차로 돌아 오는걸로

그 와중에 화장실도 급해지기 시작했고, 식당까지 거리가 아직 1.5km쯤 남았을 때 저 앞에 편의점과 함께 있는 주유소가 보였다

느낌상 식당 지나면 줄 이동 속도도 빨라질듯 하고 그 이후로는 대로변 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은 지역이라 주유소나 공중화장실도 없을 것 같아 잠시 다른 한국분한테 운전대를 맡기고 탈출

명절 귀성 행렬도 아니고 늘어선 차들 옆으로 300m쯤 후다닥 뛰어 화장실을 다녀오니 어느새 차가 딱 주유소 앞을 지나고 있었다

다시 거리 계산 시작, 지금 시간이 11시, 식당까지 1km 남짓, 음식 준비 예상시간은 11시 20분쯤, 차는 5분에 200미터쯤 이동중이니 식당 도착 500m쯤 전에 내려서 식당까지 걸어간 후 바로 음식을 받아 나오면 얼추 차가 식당 앞을 지나고 있을 것 같았다


11시 10분, 동행한 한국인 두분이 비장하게 차에서 내렸고 식당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이동, 나는 시간 주시하며 천천히 줄 따라 이동... 하면서 카톡으로 지금 위치를 전달했는데 답이 없다..... 줄은 끊임없이 이동하는데 약간 초조해하며 식당이 있는 플라자 출구를 막 지날무렵 사이드 미러로 뛰듯이 걸어오는 친구분들 ㅎㅎㅎㅎㅎ

그와중에 어느새 60km 까지 내려간 연료탱크 걱정에 에어컨 바람을 가장 약하게 해뒀더니 점점 뜨거워지는 태양에 따끈따끈 달궈진 차 안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듯이 30초-1분씩에 한번씩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차 핸들을 붙잡고 무릎에 올려둔 짜장면에 단무지까지 올려 후루룩후루룩 흡입....위아래 검정옷 입고간게 천만다행이지


정말 신기한 경험 하네요 하면서 셋이 오길 정말 잘했다고, 혼자 왔으면 화장실이며 밥이며 엄두도 못내거나 화장실 가고 싶어서 줄 이탈했다가 그대로 접종 탈락했을거라고

쨌든 줄은 조금씩 빨리 줄었고 1시가 가까워진 시각 드디어 접종 장소 입성, 접종 장소 코 앞까지 가서야 안내문들이 있었고, Estadio 안으로 진입하니 입구쪽 직원이 저 앞쪽 좌우로 길게 늘어선 천막들을 손짓하며 차량별로 천막 배정을 해줬다


안내 받은 천막으로 가서 창문을 여니 동행한 접종자 총 인원 확인, 접종신청서 확인, 현재 컨디션이나 약물 알러지등 기본적인 사항을 묻는 동시에 차 앞유리에 접종시간 크게 써주더니 각 접종자당 직원 한명씩 주사기 들고 순식간에 접종 완료

몇달 전 맞은 독감주사보다 주사약 들어가는 순간 통증이 더 센 느낌, 어어 하는 소리가 절로 났지만 순식간에 접종 끝, 알콜솜 착 얹어주고 랩하듯이 "저기 가서 30분 대기 하고 3일간은 술 마시지 말고 시간 지나고 아프면 타이레놀이나 파라세타몰 먹고, 그냥 먹지 말고 아프면 먹어야돼!(강조) 아, 그리고 오늘은 샤워하지 말고" 를 마치고 보내줬다


중간중간 서 있는 직원들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가니 널찍 한 주차장 공간에 서 있는 자동차 무리 속에 서 있으니 직원이 와서 접수증+신분증 확인, 접수증에 적힌 백신정보(백신명,로트번호) 를 장부에 옮겨 적은 후 신호가 있을 때까지 다시 대기

이 과정에서 직원한테 첫번째로 온 사람은 몇시쯤 온지 아느냐니까 아마 새벽 2-3시에 온 것 같다고...우리는 10km 전부터 줄 섰는데 우리 뒤에도 잔뜩 있었다니까 자기 오늘 일찍 퇴근은 글렀다며 웃는데 짠했다...날도 더운데 정말 다들 고생이구만

30분이 조금 더 지나고 가도 좋다는 신호가 떨어져서 퇴장

당일 늦은 저녁부터 팔과 등이 잔뜩 뭉친 것처럼 뻐근해서 타이레놀 두알 먹고  밤새 미열, 몸통 통증, 접종한 팔 손목까지 전체 통증이 번갈아 나타나 잠을 설쳤는데 막 죽겠다 싶은 정도는 아니고 그냥 잠을 못자 머리가 묵직하고 살짝 어질한 정도
회사에 양해 구하고 다시 약 먹고 오전 내내 다시 자고 점심 대충,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해 몸은 조금 추운데 땀 뻘뻘 흘리며 서너시간 낮잠, 몸살 오기 직전처럼 기분 언짢은 몸통 통증과 뻐근함, 약한 두통이 저녁까지 이어지다가 배달음식으로 저녁 든든히 먹고 열두시쯤 타이레놀 두알 다시 먹고 잠

9시간쯤 자고 토요일 아침 개운하게 일어난 후 접종 6일차인 오늘까지는 약한 접종부위 통증 외에 별다른 증상은 없다

여담으로 접종한 팔에 금속 숟가락, 포크, 휴대폰이 붙는 신기한 (티노피셜 백신 독😂) 증상이 있어 온갖 호들갑 다 떨었으나 나중에 이래저래 잘 시도해보니 접종 안한 티노와 한국에 있던 역시 미접종자인 친구도 붙더라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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