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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juana,Mexico 2020.03-/일상

열다섯째 글, 몬테레이

2016년 3월 첫 회사 생활을 시작한 도시 몬테레이

몬테레이는 언뜻 생각나는 규모 있는 복합쇼핑몰만 너댓개, 부촌인 San Pedro 에는 어디서 한번쯤 들어본 다국적 기업들로 가득 찬 고층 빌딩들도 즐비하고 월마트, HEB, 코스트코 등의 대형 마트 체인들, 미국의 체인 식당들부터 가끔 한번씩 큰 맘 먹고 가던 고급 식당들이나, 영화관도 일반 상영관이 아닌 리클라이너 좌석과 자리에서 각종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는 프리미엄 상영관이 곳곳에 있고 무튼 도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도시였다.
도시 느낌을 뿜뿜 풍기면서도 SAN PEDRO 한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은 Chipinque 를 비롯해 종종 야간 산행을 다니던 Cerro de Chupon, 계곡이 있는 Estanzuela, 암벽등반 코스가 여럿인 Huasteca, 말 안장 모양으로 유명한 La silla, 영화에서 볼법한 동굴들이 있던 Mitras 등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등산로도 제법 잘 되어 있어 주말이면 여기저기 등산도 많이 다녔다
그뿐이랴, 차로 두어시간 달리면 미국 텍사스와 맞닿은 국경이 있어 때때로 아울렛 쇼핑도 다녀올 수 있고 물질적으로 굉장히 풍요로운 도시 느낌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티후아나는 그보다 조금 작고 여유롭고 한적하다, 솔직히 조금 촌스럽다, 도시규모 자체가 작은 것도 아닌데 미국과 너무 가까워 국경이 붙어 있는 탓인지 비싸고 물질적으로 좋은 것들은 다 10분거리 국경 너머 산디에고에 있는 느낌이다. 도시 전체에 서너개 있는 월마트와 두개 있는 코스트코, HEB는 없고 몬테레이에 흔하게 있던 미국의 체인식당들도 없다, 산디에고에 있겠지, 근데 코로나로 이렇게 오래 국경이 닫힐줄 아무도 몰랐겠지
그 흔한 H&M 이나 Zara 같은 매장은 없다, 쇼핑 공간인 Plaza 가 몇개 있긴 하지만 그 중 이름을 알만한 브랜드는 거의 없고 대부분 멕시코 브랜드(?) 혹은 개인 매장들이다
영화관은 제법 있는 편이나 프리미엄 상영관이 있는 곳은 두 지점밖에 없고, 같은 브랜드 극장의 프리미엄 상영관이지만 몬테레이 상영관들에 비해 시설이 다소 낙후되어 있다
산은 군데군데 있는 것 같지만 판데믹으로 등산로가 임시 폐쇄된 곳도 있고 아직 등산하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대신 바다가 있다, 티후아나 시내 언덕 위에 위치한 우리집 발코니에서도, 아파트 옥상에서는 더더욱 잘 보이는 산디에고 해변과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차로 10-15분이면 나오는 해안도로 풍경, 20-30분 거리에 있는 해수욕장들과 한시간이 채 안걸리는 거리에 부둣가 수산시장, 두시간 남짓 거리에는 컨테이너가 들어오는 엔세나다항과 즐비한 해산물 식당들
몬테레이보다 싼 값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신선한 해산물들


쨌든, 몬테레이 티후아나 비교하려는 글이 아니라 몬테레이에 훨씬 오래(4년) 살기도 했고 첫 직장과 첫 멕시코 생활을 하며 사귄 친구들과 얘깃거리가 차고 넘치는 곳이자, 도시도 좋아하고 등산도 좋아하는 나한테 너무 잘 맞는 곳이었어서 나도 모르게 티노랑 얘기하면서 몬테레이는~ 몬테레이에서는~ 내가 몬테레이에 있을 때는~ 하는 얘기가 자주 나왔었다

티후아나를 복잡하고 큰 도시라고 생각하는 아담하고 조용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티노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쉬이 짐작이 가지 않는지 혹은 내가 너무 몬테레이를 과장해서 찬양한다고 생각한건지 종종 그렇게 좋은 몬테레이를 두고 왜 티후아나로 온건지 물었다 (그냥 적당한 때에 적당한 조건의 이직 자리가 있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그러던 중 몬테레이에 여행갈 일이 생겼고만들어냈고 멕시코에 온지 1.5년차지만 1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티후아나 밖을 벗어나 1.5시간 거리의 Valle de Guadalupe 를 처음 가보고, 1.4년쯤 지나 2시간 거리의 Ensenada 에 다녀온게 가장 장거리 여행이었던 티노도 같이 가기로 결정
주말 끼고 2박3일쯤 가서 쇼핑도 하고 친구들도 좀 만나고 도시 냄새 좀 맡고, 한식도 먹고 올 계획이었는데 마침 친분이 있는 한국인 언니가 집에 남는 방까지 내어주시겠다 하여, 근데 얘기만 듣던 티노의 실물을 봐야겠으니 데려오너라 하여서

3월 말의 어느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다가 문득 결심이 서서 티노한테 여권 사진 보내봐 했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앞뒷면, 사진면 다 찍어 보내준 티노는 뒤늦게 몬테레이 갈거라는 얘기에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르고 며칠이 지난 어느날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문득 기쁨의 춤을(꼼지락거림)을 추기도 했다....이건 몬테레이 가는 날까지 이어졌다

날짜,숫자,거리 감각이 다소 무딘 티노는 당장 이번 주말인 줄 알았던 몬테레이 행이 사실은 다다음 주말이라는데 다소 실망했지만 하루하루 날짜를 꼽으며 태어나 처음 소풍 가는 아이마냥 신나했다

-나 비행기 너무 오랜만에 타, 기내식 너무 좋아(세상 신남)
-나도 비행기 마지막으로 탄지 1년 넘었다 벌써, 근데 몬테레이 갈 때는 기내식 안줘
-왜 안줘? 거짓말 하지마, 나 그런거 안 속아, 기내식 줄거야(신남+파워당당+확신)
-....? 내가 왜 그런 거짓말을..? 국내선이라 거리가 짧아서 안줘
-나 아르헨티나에서 올 때는 두번이나 줬는데? 줘야지 왜 안줘(당황+의심)
-아르헨에서 오는건 10시간 넘게 걸리니까 두번 주지..한국 가는 것도 두번 주고 간식도 줘, 근데 몬테레이는 세시간정도밖에 안걸려서 기내식 안줘, 진짜야
-거짓말.....기내식 주는거 다 알아(의심+불신)
-타보면 알겠지


작년 3월 초 떠나온 4년간 내 보금자리였던 몬테레이로 다녀온 여행, 금요일 밤비행기를 타고 토요일 새벽에 도착해서 월요일 저녁비행기로 돌아오는 아주 꽉찬 2박 3일은 다음 글에 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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