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목에 번호는 그만 매기기로 했다, 그냥 그러기로 했다
지난주 토요일에 만두를 빚었다
만두가게를 차려야지, La Cacho 어느 구석에 조그만 가게 하나를 내서 찐만두를 팔아야겠다
야무진 창업의 꿈을 품고 만두 재료들을 사왔다
토요일 늦은 오후 야채들을 다듬고, 생고기 덩어리들을 다지고 섞어 만두소를 준비
고기만두, 김치만두, 고기를 안먹는 한국인 지인을 위해 야채만두,야채김치만두
거창하게 준비를 마치고 만두피 포장을 뜯었는데 생각보다 만두피가 적게 들어있다, 25장
왜 당연히 50장이나 100장쯤 된다고 생각했을까, 나랑 티노가 먹고, 한국인 지인 두명에 나눔하고 또 몇알 남겨서 냉동실에 뒀다 먹어야지 하는 야무진 계획은 날아가고 일단 만들자
머리를 틀어 올려 묶고, 준비한 만두소를 조그만 거실 탁자 위에 올려 두고, 손을 몇번이나 씻고 만두 빚기
찹쌀피라는데 제법 도톰, 손으로 가장자리를 슬금슬금 늘여주면서 만두소를 크게 한술 떠 넣고, 물 한방울 찍어서 가장자리에 발라준 다음 반을 접어 가장자리부터 꾹꾹 눌러 닫는다
배부른 반달이 된 만두의 양 끝을 모아 접어 꾹 붙여주면 둥근 모양 찐만두가 나온다, 어릴 때 설날이면 친척들끼리 모여 앉아 빚던 만두 모양이다
이렇게 둥글게 빚어서 쪄먹고, 만둣국, 떡만둣국도 해 먹었는데 나는 물에 빠진 만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쨌든 무딘손으로 천천히 만두를 빚고 있노라니 슬금슬금 다가오는 아르헨티노,
-나도 해볼래, 하나 만들어봐도 돼?
만두를 만들겠다 얘기했을 때부터 본인이 아르헨티나에 있던 시절 엠빠나다와 라비올리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토로했던 아르헨티노, 맞아, 너 엠빠나다 아주 예쁘게 만들었었지....사실 이거 만두 빚는거 다 너 시키려고 했던건데...
-그래? 해보고 싶어? 한번 하나만 해봐
둥근 만두 모양을 잡는 법을 가르쳐 주려는데 잔뜩 집중한 미간으로 이미 엠빠나다 모양 잡는 중...챱챱챱 나보다 손이 빠르다.... 만두 모양은 아니지만 엠빠나다 모양이 아주 그럴듯하게 잡혔다
-만두 빚으라니까....엠빠나다 모양 말고
-한개 더 해도돼?
-정 하고 싶으면 해봐, 조심해서 만들어 안터지게
엠빠나다 한개 더 탄생
-두개만 더 하고 싶어
-해, 마음대로 빚어보렴
-짜잔
엠빠나다 한개와 어디선가 본듯한 삼각형 모양 두개를 더 완성시킨 티노는 슬슬 지루해졌고
-만두피 두개를 합쳐서 Mandu Gigante(만두히간떼, 자이언트만두) 를 만들어볼게!
-하지마, 빚기 귀찮으면 저리 가서 청소 하고 있어
-그랭
조그만 대나무 2단 찜기 한 단에 만두끼리 붙지 않을 최소한 거리를 두고 잘 넣으면 5개가 들어갔다
10개를 빚어 찜기에 담아 불에 올려 두고 다시 만두 빚기, 타이머로 12분을 맞춰 두고 7-8분쯤 지났을 때 찜기 1단과 2단 위치를 한번 바꿔줬다
아직 두번째 쪄낼 10개가 완성이 안됐는데 어느새 다 쪄진 만두, 만두는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
채식주의 만두 5개는 따로 빼서 식혀 두고 고기와 김치만두 다섯개는 순식간에 티노와 흡입
냉동만두만 먹어봤던, 나보다 훨씬 만두를 좋아하던 티노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파는 것보다 두배, 아니, 세배는 더 맛있다며 만두를 흡입했고, 다시 부지런히 열개를 완성해서 두번째 찜기를 올려두고 마지막 만두 빚기
총 25개 중 5개는 채식만두, 20개는 고기가 들어간 만두
티노도 나도 배가 안고픈 상태였고, 고기 비중이 높은 만두소를 꼭꼭 눌러담은 만두였는데 순식간에 둘이 14개를 먹어치우고 6알은 다른 한국 지인분에게 주려고 따로 빼뒀다
다음번에는 만두피를 많이 준비해야겠다 생각하며 한김씩 식힌 만두들은 냉동실에 보관 했다가 다음 날 주인을 찾아갔고, 글을 쓰고 있자니 갑자기 만두 먹고 싶다
다음번에는 만두피 100장 준비해야지....실컷 먹고 냉동실에 쟁여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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