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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juana,Mexico 2020.03-/일상

열세번째 글, 면허 갱신

지지난주 토요일에 운전 면허를 갱신하러 다녀왔다
한국과 달리 멕시코는 주(Estado)별로(한국의 도 단위 정도) 면허 발급 조건과 유효기간이 다르다
이전에 살던 몬테레이는 Nuevo Leon 주에 속했고, 면허 유효기간이 3년 이어서 2017년 초 첫차 구매시 발급 받고 작년에 멕시코 돌아오자마자 갱신을 했었다

작년 3월에 Baja California 주의 티후아나로 이사 오면서 당분간은 회사에서 빌려준 차를 타고 다녔기에 굳이 바하칼리포니아 면허가 필요하지 않았다
(다른 주 면허로 운전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차량 번호판 등록을 할 때 해당 주의 면허가 필요하다)

7-8월쯤 슬슬 내 차 구입을 알아보면서 면허도 발급을 받으러 갔다, 몬테레이에서 첫 면허를 받을 때는 한국 면허증을 들고 가서 신청 서류 작성, 사진 찍고 도장 꽝꽝 해서 이래도 되나 싶게 필기/실기 시험 없이 내줬었는데 (지금은 바꾸었다고 들음..) 티후아나에서는 필기,실기 시험이 필수란다....

준비해간 서류들(신분증 원본,사본,거주지 증명서,수수료..) 을 들고 한참 줄을 서서 들어갔더니 외국인이라 이민청에 정상적으로 등록이 되어있는지부터 확인이 필요하단다, 영주권 원본과 사본을 들고 갔지만 그와 별개로 이민청에 조회가 필요하단다... 이 과정이 1-2주 소요되며 따로 연락을 줄테니 우선 신분증 사본만 제출하고 돌아가라고...

3주가 되도록 연락은 오지 않고 이미 차는 사버렸고 도로 주행을 하려면 한시라도 빠른 번호판 발급이 필요해 다시 차량/면허 등록국 방문
입구에 있던 직원에게 여차저차 설명을 하니 줄 설 필요 없이 자기를 따라오란다
면허 발급 접수하는 부서쪽으로 가니 무슨 명단을 쭉 보는데 끄트머리에 있는 내 이름, 여기 있네 내 이름 하고 짚어줬더니 잘됐다며 그럼 여기서 서류 접수하고 Certificado Medico(건강증명서, 수수료 100페소 가량, 면허국내에 작은 진료소 있음, 건강문진+시력검사+키,체중 검사) 받고 시험 치고 하면 된다고

가져온 서류 중 달라는거 내고, 아주아주 간단한 건강검진 받고, 필기 시험... 면허국 한 구석에 컴퓨터 여러대가 놓인 공간에서 시험관이 지정하는 컴퓨터로 가서 문제 풀면 된다, 한국과 비슷하게 화면에 나온 객관식 문제들 쭉 풀고 나면 그 자리에서 성적이 나오는데 의외로(?) 헷갈리는 문제들이 많았다...
우선 일반적이지 않은 단어들 몇가지도 문제였지만 도로 주행시 자전거 운전자 관련 대처 부분이 상당히 헷갈렸지만 그냥 보기를 쭉 보고 가장 상식적인 답변들을 골라가며 풀어내고 점수 화면이 나오기 몇초 동안 아,나 이거 떨어지면 체면이 말이 아닌데 생각으로 기다렸는데 다행히 통과..
86점인가 하는 점수가 뜨고 통과가 되어 합격 커트라인이 몇점인지는 잘 모르겠다....60점인가 70점이었던 것도 같고 80이랬던 것도 같고... 쨌든 필기시험 합격하니 시험관이 실기시험 장소로 차를 가져오라 했다

면허 발급 받을 때 본인이 직접 차 끌고 가도 아무 말 안하는 것도 신기... (면허 발급을 위해서 해당 주 번호판 달린 차량 필요)
실기 시험이래봐야 바닥에 그려진 선 안에 한번에 후진 주차 하는 것이 끝인 운전 실력이 크게 필요치도 않은 엉성한 시험이지만 덩치 큰 회사차(픽업트럭)을 끌고 갔던 터라 금을 밟을까 조금은 긴장이 됐다...
조금의 긴장감과는 별개로 무사히 통과, 다시 면허국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발급 수수료(904페소, 5만원 남짓) 내고 영수증 들고 가서 면허용 사진 찍고(무보정 1초컷) 대기 공간에 앉아 20분쯤 지났을까 발급담당관이 면허증 하나를 손에 들고 당혹스런 표정으로 헤,히,에 하는걸 보고 다가갔다

-이거 내거 같은데
-에뀽?
-ㅇㅇ 맞아, 내 이름이야
-에뀽? 헤뀽? 이뀽? 맞아? (이름 중 '희'자를 알파벳 Hee 로 쓰는데 스페인어에서 H가 묵음이어서 발음을 안한다...)
-Mas o menos asi (어,뭐 대충 맞아)

하는 여느때와 다름없는 이름 퀴즈를 마치고 면허 받아서 나왔다
Baja California 는 특이하게도 첫 면허 발급시 유효기간 9개월을 주고 이후 갱신시 영구 면허권을 준다...

그래서 얼마전 5월 마지막주에 면허가 만료되는걸 뒤늦게 눈치채고 만료일 당일에 부랴부랴 등록국을 찾았으나 끝도 없이 늘어선 줄에서 1시간 가까이 서 있다가 1시간 동안 5명도 채 안되는 인원만 입장시키는걸 보고 그냥 포기..
하고 일단 집에 왔지만 갱신은 해야하니까 그 다음 토요일에 티후아나 시내가 아닌 옆 동네 면허국에 Cita(예약) 잡고 갔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면허 갱신을 위한 준비물은 아주 간단했다

-만료된 면허증, 신분증 원본, 세금완납증명서(면허국에서 무료 발급 가능) 원본
-거주지를 옮겼을 경우 새로운 거주지 증명서(주소 나와 있는 인터넷,전기,가스 고지서 등...)
-Certificado Medico(60세 이상일 경우 건강증명서,면허국에서 약 100페소에 발급)
-갱신 수수료

거주지는 지난번과 동일했고 나머지는 면허증,신분증 제외하고는 면허국에서 당일 발급 가능한 것이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아침 8:30 예약에 5분쯤 일찍 도착해서 보니 두갈래로 늘어선 줄이 보였다, 입구에 있던 직원에게 면허 갱신하러 왔고, 8:30에 예약이 있다 했더니 한쪽 줄을 가리키며 여기가 줄이란다, 아니, 나 Cita 있는데? 했더니 다들 Cita 있는 사람들이라고... 아니.....면허국이 8시에 문 여는데 10명은 족히 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면 대체 같은 시간에 Cita를 몇명이나 받은건지....
그리고 한가지 더, 신분증이랑 면허 양면으로 복사해오고 Certificado Medico 받아오란다..... 그래...뭐 바로 옆에서 받을 수 있는거니까.... 홈페이지상 준비물에는 없었고 나는 아직 만 60세도 안되었지만 지금이라도 알려줘서 고맙네..

Certificado Medico를 발급하는 조그만 진료실과 복사하는 곳이 같이 있어서 그쪽으로 줄을 섰다...티노를 데려와서 면허갱신 줄에 세워두고 나는 여기 서 있었으면 훨씬 빨랐을텐데 하는 생각을 잠시 하면서 차례를 기다렸다

진료소에 들어가 신분증 확인, 키와 몸무게 측정, 시력검사(한쪽 눈 가리고 이런거 없이 그냥 벽에 붙은 시력검사표 쭉 다 읽으면 된다...) 및 간단한 문진(복용 약, 기저질환 유무, 수술경험 등..) 후 이 사람은 면허 발급에 적합한 건강상태임 하고 도장 꽝
신분증, 기존 면허증 복사도 마친 후 다시 줄서기

3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입장해서 안쪽 의자에 앉아 앞 사람 차례가 끝나길 기다린지 5분쯤, 드디어 내 차례

-Hola, Buenos dias, vengo por la renovacion de mi licencia (안녕하세요, 면허 갱신하러 왔는데요)
-신분증,면허증 사본 원본 주세요, Certificado Medico 도 가져왔나요
-네네, 여기 다 가져왔어요
-Comprobante de domicilio(거주지증명서) 가져왔나요
-아니요, 가져와야 하는지 몰랐는데, 홈페이지에 보니 거주지 옮겼을 때만 필요하다던데
-아, 너는 외국인이라 필요한데 몰랐나요
-??? (뭐여, 홈페이지에도 안 나와있고 니네 직원도 말 안해줬는데 내가 어떻게 알어) 몰랐는데요
-뭐 전기세나 수도세 고지서, 전화비 고지서 없나요
-전기세 디지털 파일로 있는데 ...
-네 이름으로 발급된건가요
-(월세 살이하는 외국인이 거주지가 내 이름으로 되어있겠냐....짜증나게 하네) 아니여...
-네 이름이 나온 거주지 증명서 필요한데 어쩌나
-아....인터넷 요금 고지서 내 이름이랑 주소 다 있는데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데 메일로 보내주면 되나요
-아니, 종이로 인쇄해 와야해요, 우리는 인쇄를 해줄 수가 없어서
-(나쁜말나쁜말, 한숨) ... 아니 근데 진짜 어디서도 이거 필요하다고 안나와있던데, 저 뒤에 프린터로 한번 해줄 수 없나요
-아, 저번에 면허 발급받을 때 내지 않았니? 외국인은 갱신때도 필요하고 앞에 나가면 프린트 해주는 가게들 있으니까 물어봐요, 우리는 프린트 안해줌, 프린트 해서 줄 설 필요 없이 바로 여기로 들어오면 됨
-고오맙습니다

멕시코에서 공공기관 업무가 필요할 때는 관련 기관 홈페이지나 혹은 기관에 직접 찾아가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게 이사람, 저사람 말이 다르고 홈페이지에 땅땅 게시된 절차대로 준비를 해도 실제 담당자가 아닌데? 하고 물고 늘어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홈페이지 게시 내용, 관련 규정 찾아 보여주며 따질 수도 있겠지만 사활이 걸린 문제가 아니라면 어지간하면 그냥 내가 방문해야할 기관의 담당자가 준비해오라는대로 준비해가는게 그나마 빠른 진행이 가능하다..
조금 비합리적이고 이사람 저사람 말 바꿔가며 강아지훈련 시키나 싶은 때도 있지만 정말 부당한 요청이 아니라면.... 대신 서류나 절차 설명 받고 해당 담당자한테 이름 정도는 물어본 뒤 이대로 준비해서 너 찾아오면 되는거지? 정도는 물어보는게 좋다
그럼 보통 이대로 준비해서 나한테 바로 오면 돼, 하거나 이대로 준비했는데 안되면 내 이름 대고 물어봐 하고 얘기해준다

암튼, 주말 아침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올라오는 짜증을 억누르며 근처 문서 출력 가능한 곳으로 갔다(관공서 주변에는 항상 복사,출력 가능한 매점, 특히 면허국 주변에는 인쇄기를 갖춘 각종 보험사들 사무실들이 줄지어 있다)

내 이름과 주소가 나온 인터넷요금 고지서를 출력해들고 다시 면허국..... 바로 입구를 통과해 조금 전의 담당자가 앞사람 절차 끝내기를 기다렸다가 바로 직진

-여기 Comprobante de domicilio
-오, 가져왔네? 출력하는데 금방 찾았어? 네 이름 나와있는거 맞지?
-ㅇㅇ 바로 앞에 있더라고, 내 이름이랑 주소 있어
-좋아, 서류 다 확인됐고, 여기 지문 찍고(지문인식기에 양손 열손가락 지문 차례로 인식 필요), 여기 사인하고
-다했어
-이거 갖고 저 뒤에 카메라 있는 자리로 가면 돼
-고마워

제출 서류 확인과 지문 등록, 몇가지 인적사항 확인, 신청서(정확히 무슨 서류였는지 기억 안남...면허 갱신 신청서 같은 것 같음, 어차피 사인 안하면 진행 안되니까 사인함...) 사인 후 면허 사진 찍는 자리로 이동
사진 담당자가 신청서 확인 하고 수수료 납부 고지서를 주기에 수납 창구로 가서 갱신 수수료(1,014페소: 약 57,000원) 을 납부했다
수수료 납부는 현금/카드 모두 가능하고 납부영수증 받아 다시 사진 찍으러
재촬영 없는 무보정 플래시 촬영 끝내고 대기 공간에서 20-30분쯤 기다리면 담당자가 플라스틱 면허증을 나눠준다
면허증 받아서 이름, 생년월일 등 정보 확인 후 문제 없으면 끝

8시 25분쯤 면허국 도착해서 면허증 받고 나니 10시 10분, 그래도 2시간 채 안걸렸으니 선방했다 싶었다
티후아나 시내로 갔으면 2시간이 뭐람.... 아직 줄 서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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