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레이에서는 멕시코에 살겠다는 확신이 없었다
가능한 은행 대출 한도도 아마 없었을거다
저축도 없었지, 월세는 너무 아깝지만 집을 사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티후아나에 오니 월세가 몬테레이 두배 수준에(물론 집이 1.5배쯤 크고, 신축이고, 헬스장과 이벤트홀, 옥상 비비큐장 등 시설 포함이라 전체적으로 몬테레이에서 살던 집보다 세배쯤 좋다)
어쨌든, 몬테레이에서는 도시 중심부에 대학이 있어서인지 스튜디오 타입(공간분리 없는 원룸) 이나 방 하나 거실 하나 있는 혼자 살기 좋은 크기의 집들이 다양한 가격, 조건으로 있었는데 티후아나에 처음 와서 집을 구할 때는 내가 못 찾는건지 적당한 옵션이 없었다
시간도 많지 않고, 아직 도시를 잘 알지도 못하니 인터넷에서 서너개 집을 찍어 두고 부동산들과 약속을 잡았다
첫번째 집은 내가 생각했던 예산에 들어왔고 위치도 크게 나쁘지 않고, 경비도 있고 뭐 괜찮네, 여기로 하게될 것 같다... 하고 두번째 집을 보러 갔던 날, 이미 내 예산에서 100불 정도 초과 됐고, 위치는 아직 좋은지 감이 안 잡히지만 내가 다니려는 체육관과는 가까운 편인데 그 외에 장점이 있나..... 이 월세를 다달이 내는건 너무 사치인가... 아니 그냥 지금 침대에서 나가기도 귀찮은데 꼭 이 집을 봐야할까... 반신반의 하며 나갔다
구불구불 이어진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고 또 오르며 양쪽으로 보이는 낮고 조금 낡은 주택들을 보며 안전한 동네겠지, 이런 산꼭대기에 아파트가 있다고? 하며 언덕 꼭대기까지 다다랐더니 떡하니 서 있는 아파트 두 동, 그 중 더 새 아파트로 들어가 부동산 아저씨 안내에 따라 올라가는데 뭐, 그냥 기본형 아파트네, 새 아파트라 아직 깨끗하고 나쁘지 않네, 회사까지는 얼마나 걸리려나 생각하다가 지금 집 현관문을 딱 열었는데 현관 문을 열자마자 짧은 복도와 거실을 가로질러 발코니 창을 통해 산디에고 바다와 티후아나-산디에고 전경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아, 이 집이네. 예산 모르겠고 이 집이네, 우리집이네, 나는 좋은 집에 한번쯤 살아 볼 자격이 있지, 그럼그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집 안으로 발도 안들인채로... 현관에서 감탄사를 내 뱉는 내게 한껏 뿌듯해 보이는 부동산 아저씨가 작은방, 화장실, 거실, 안방, 옷장 등을 차례로 보여줬는데 볼수록 내 집이었다
집을 둘러본 후 주민들 공용공간을 둘러 볼 차례에서, 1층의 작지만 깔끔했던 헬스장 창으로도 언덕 아래 풍경과 저 멀리 산디에고 바다가 보였고, 한 벽면이 유리창으로 된 꼭대기 층의 공용 거실과 옥상 바베큐장은 풍경으로 마음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미 마음 결정을 내리고 다음 날 바닷가 아파트 하나를 성의 없이 살펴 본 후 바로 두번째 아파트 1년 계약서를 썼다.
3월 12일, 목요일에 티후아나 도착 후 14,15,16 각각 한집씩 둘러보고 일요일인 3/22 일 입주하는 조건으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 부지런히 사 모은 살림살이와 식량 보따리를 당시 타고 다니던 회사 픽업트럭에 실어 22일 열쇠 전달과 함께 이삿짐 정리를 시작했다.
토요일에 당장 필요한 침대를 사러 갔는데 가장 빠른 배송도 최소 일주일이라 해서, 일요일 집 열쇠 받자마자 가구점으로 달려가 퀸사이즈 매트리스와 침대 받침 하나를 가구점 직원 도움 받아 꾸역꾸역 픽업 뒤에 밀어 넣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있는 기운 없는 기운 끌어 모아 혼자 매트리스도, 침대 받침도 혼자 트럭에서 내려 질질 끌고 엘리베이터 통해 집까지 운반 하는 쇼를 했다..... ㅋㅋㅋ
어쨌든... 다소 비싼 값을 치르고 사는 덕분에 작년 이맘 때 재택근무 할 때는 전망 좋은 발코니에 앉아 새파란 하늘 아래 저 멀리 펼쳐진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며 일하는 호사도 누리고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문득문득 해 질 무렵 현관문 열고 보이는 발코니 너머 풍경에 감탄이 나올만큼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다.
올해 3월 계약 1년 렌트계약이 만료될 무렵 다행히 월세나 공과금 한번 연체 없이 꼬박꼬박 내고 잡음 없이 지내는 세입자(나) 가 마음에 들었는지 집주인으로부터 먼저 계약 연장 요청이 왔고 1원 한푼 오르지 않은 월세로 1.5년을 연장했다
1원 한푼 오르지 않았다고는 하나 어쨌든 적지 않은 돈이고, 월세는 그냥 내면 사라지는 돈이요, 세금공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 가파르게 상승 중인 주위 아파트 매매가를 보며, 집을 사야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1.5년전 한국 정착에 실패 후 멕시코로 돌아오며 멕시코 정착(임시, 그래도 최소 5년쯤은) 에 마음이 많이 굳어졌기도 하고, 급여나 여러 조건이 멕시코 생활 초기보다는 많이 나아졌기에 실행 가능성도 많이 높아졌다.
지난 8월 작고 소중하게 모아 둔 멕시코 저축을 털어 일시불로 차를 사고 9월부터 다시 모으기 시작한 또 작고 소중하고 새털 같이 가벼운 무게로 쌓여가는 내 저축은 당연히 주택 매입을 하기엔 터무니 없지만.... 일단 목표를 잡고 방법을 찾아보면 방법이 있지 않겠나 하며 덜컥 집을 사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마음을 먹음, 사진 않았음, 못했음, 사고 싶음)
그게 또 벌써 두어달 전이고 그 사이 조금 진전 사항도 있고, 이래저래 멕시코에서 영주권자 외국인 신분으로 집을 사는데 필요한 서류들과 정보들을 정리해볼 겸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이건 첫 글이니 별다른 정보 없이 집을 사기로 마음 먹은 구구절절 포스팅이었지만 다음 글부터는 조금 더 정보에 충실하기로
* 현재 계획은 지금 살고 있는 동네 선분양 ( 착공 예정이거나, 현재 건설 작업 진행중인 아파트를 구매) 중인 아파트를 주택대출 끼고 구매하여 내년 렌트 계약 끝나는 시기에 맞춰 입주 예정
'Tijuana,Mexico 2020.03-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한번째 글, 멕시코에 사는 꼬레아나 #2 (0) | 2021.05.22 |
---|---|
열번째 글, 내 집 마련의 꿈 #2 (0) | 2021.05.20 |
여덟째 글, 잘도 먹네 (0) | 2021.05.08 |
일곱째글, 한국어 공부 (0) | 2021.04.23 |
여섯째 글, 멕시코에 사는 꼬레아나 (0) | 2021.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