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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juana,Mexico 2020.03-/일상

멕시코에 산다는 것, 좋은 점

멕시코에 살아요? 왜요?
가족들도 같이 와 있나요? 그럼 혼자 나온거에요? 왜요?
한국은 언제 돌아갈 생각이에요? 멕시코에 평생 살 생각이에요?
해외 생활 힘들지 않아요? 한국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왜 멕시코에 살기로 생각했어요?

네, 멕시코에 살아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진짜로
가족들은 한국에 있고 혼자 나왔어요, 다른 가족들은 해외 사는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저는 좋아하는데
한국 돌아가봤는데 적응이 좀 어렵더라구요, 애초에 '멕시코'에 살자 하고 온 것도 아니라 여기서 평생 살진 모르겠네요
해외 생활 힘든데 한국 생활도 힘들었어요, 그냥 사는게 힘들죠,뭐, 한국은 1년에 1달 정도 가고싶어요

기껏 들어간 대학은 어영부영 2학년까지 마치고 내 길이 아니다 그만 두고, 내 밥벌이 알아서 해볼테니 그냥 마음 가는대로 살아보겠다고 알바로 생활비 벌어가며 여행이나 다니고 사람들 만나고, 그러다 스페인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스페인어 배우기 시작한 후에는 뒤늦게 혼자 그거 공부해서 뭐하니,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취직도 하고 먹고 살 궁리 해야 하는 시기에 어학 연수 그거 1년 다녀온다고 대학교 나온 애들 따라 잡겠니? 잡는다쳐도 번듯한 대학 졸업장(학점은행제 학사 수료가 가방끈의 끝) 하나 없는데 뭐 해먹고 살겠니? 하는 이런 저런 애정 어린 걱정과 조언에 힘입어 대학 졸업장 없이 스페인어로 밥을 벌어 먹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하는 마음에, 나 홀로 떠났던 스페인 어학연수의 끝 무렵에는 매일 같이 월드잡 혹은 알바몬의 중남미 섹션을 들여다보는게 일이었다
때마침 멕시코 몬테레이에 기아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며 수 많은 한국 대중소기업들이 함께 들어섰고, 각 법인들의 현지 운영을 위해 현지어를 하는 직원 혹은 한국어를 하는 현지직원 수요가 높았다
다행히 그때까진 한국에서 스페인어가 그리 흔한 스펙은 아니며, 멕시코가 한국인에게 인지도가 높은 나라도 아니요,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멕시칸은 더 드물었기에, 고등학교 졸업장과 많은 사람에게 이름도 생소한 학점은행제 관광학 학사 증명서, 스페인에서 오기로 겨우 따낸 (어학원 선생이 꼴랑 1년 안되게 공부한 네가 B2 치는건 시험응시료가 아까운 일이 될거라는 비웃음으로 의지를 북돋아 주었다) B2 성적표뿐인 내게도 소박한 일자리가 주어졌다
희미한 기억으로는 코스타리카, 칠레 같은 나라들에도 하나씩 이력서를 넣었던 것 같다, 그냥 어디든 그 당시 내 서툰 스페인어로 밥 벌어 먹게 해줄만한 조건을 내건 곳이었으면 갔을거다

그렇게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식 사원으로 사회 생활 시작도, 관광이나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아닌 취업비자로 해외 생활도 멕시코에서 하게됐다

즐겨보던 미드 영향으로 선인장, 챙 넓은 밀짚모자, 사막, 까르텔 정도가 언뜻 그려지는 멕시코의 이미지였으나 한국 기업과 사람들이 그만큼 들어가 살고 있는걸보니 다 드라마와 영화적 과장이겠지 하는 생각이었고
애초에 멕시코가 흔히 말하는 선진국도 아니고, 내가 취직한 회사가 복지 짱짱한 대기업도, 선진 문화를 지향하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외국계 기업도 아니어서 주 30-40시간 혹은 탄력 근무제, 자기계발 지원 등 직원 복지는 기대도 안했다

회사생활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없었는데도 너무하다 싶을만한 사람들이 차고 넘쳤다
몇줄이나 썼다 지우고 썼다 지웠지만 굳이 언급하지 않으련다, 아마 시리즈로 포스팅을 해야할거다, 막장드라마가 아니라 한국 방송에는 수위가 높아 방송되지도 못할만한 일들이 실제로 허다했으니

쨌든, 회사 생활은 멕시코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의 회사가 한국회사였고 한국인들의 문제였으니 멕시코 생활의 힘듦에서 이 부분은 제외하고

멕시코에 살아서 좋은점들은 '멕시코'여서 좋다기보단 그냥 해외 생활의 장점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 나를 아는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도 없으니 눈치가 덜 보인다,내가 뭘 하든 쟤가 갑자기 왜저래? 할 사람이 없다, 안해본 것들, 안입던 옷들, 안가봤던 곳들을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옷 같은 경우는 내 기준에서 아주 큰 맘 먹고 산 도전적인 옷들도(그래봐야 원피스,점프수트,쫄쫄이 운동복...) 세상 화려한 색감과 때론 뜨악스러운 디자인의 옷과 소품들이 넘쳐나는 멕시코에선 전혀 눈에 띄지도 않았다
순수하게 취미나 성향이 맞는 사람들과만 어울려도 되고 이해관계가 없으니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굳이 참아낼 필요도 없어서 회사 근무 외 개인 생활 동안에 받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다.
지금은 멕시코에 없는 멕시코 절친 두 친구와는 1.5년동안 거의 트리오처럼 붙어 다녔다, 일주일에 4번인가 본 적도 있을만큼 시도때도 없이 연락해서 밥먹고, 영화보고, 등산도 가고, 쇼핑, 여행, 투어, 클럽, 그냥 만나서 같이 멍때리기 등 온갖 것들을 다 같이 했다....하지만 지금은 없지...그 친구들이 계속 몬테레이에 있었다면 나도 아마 티후아나로 오지 않았겠지

ZACATECAS 여행중

여행가는 길 공항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멕시코에선 술집,클럽,볼링장,체육관 등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암벽등반, 래프팅, 계곡 투어, 승마, 티후아나는 서핑 같은 야외 활동들을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집에서 차로 20-30분 거리에서 다 즐길 수 있었다.
평일에는 체육관 출근 도장, 주말이면 몬테레이에 있는 해발 2,000미터 내외의 산들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등산도 다니고 한국에선 한번도 가본적 없는 클럽도 가보고, 여름이면 계곡 투어(6-7시간 동안 구명조끼 외 안전장비 착용하고 산꼭대기에서 계곡 줄기 타고 내려오며 수십개의 3-10m 절벽 다이빙, 레펠, 수영, 트래킹을 하는 투어), 종종 무리지어 어울리던 외국인 친구들과 맛집 투어며 풀파티, 독립기념일, 크리스마스파티등 모임도 자주 다녔다
한국에서도 하려면 할 수 있는 것들이라지만 비용과 시간이 훨씬 덜 든다, 사실 저 중 한국에서 안해본게 많아서 잘은 모른다

컬러마라톤
계곡투어
주말등산
아마추어 격투기 경기 계체량
할로윈준비
몬테레이 체육관코치 경기 응원
몬테레이 떠나기 전 체육관 사람들과
누군가의 생일 파티
페인트볼


여행지 폭이 넓다, 일단 해외여행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나는 이미 해외에 살고 있으니 1년에 한번씩 가는 한국 방문을 해외여행으로 쳐야 하는가, 몬테레이에선 차로 두세시간, 티후아나에서는 거리상으로 20분이면 가는 국경 너머 미국은 해외 여행인가, 아울렛만 들렀다 온다면 그저 해외 쇼핑인가
멕시코 내 여행도 땅덩어리가 크고 동쪽으로는 멕시코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칸쿤Cancún 이 자리 잡은 카리브해가 있고, 서쪽으로는 Puerto Vallarta , La paz 등이 있는(티후아나와 엔세나다도 서쪽 끝) 태평양 바다가 있고 드넓은 내륙엔 선인장과 카우보이 모자가 어울리는 사막 지형도, 초록이 즐비한 숲과 계곡 지역도, 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최소한 나는 몰랐음) 멕시코는 이집트 못지 않게 피라미드가 많은 나라여서 피라미드 투어도 가능, 멕시코 특산물(?) 데낄라 농장 투어, 와이너리, 커피 산지까지 뭐 없는게 없다.

멕시코시티 근교의 떼오띠우아깐TEOTIHUACAN 피라미드

유카탄YUCATÁN 반도의 바깔라르BCALAR 호수
유카탄 반도 칸쿤 인근의 해양리조트 XCARET
ZACATECAS
산루이스포토시SAN LUIS POTOSI 주의 래프팅
산루이스포토시 주의 산루이스포토시 시의 구도심

치와와주 체페CHEPE 기차여행 숙소


가족들과 사이가 애틋해졌다, 우리가족 사이에서 유명한 예민이이자 특이한 오리새끼(미운은 빼기로 한다) 느낌이었던 나는 여러가지 일로 가족들(특히 엄마)과 마찰이 잦았는데 서로가 미워서가 아니라 성향이 너무 다른데 매일 붙어 있다보니 생긴 일이었을 뿐이라 거리가 멀어지고(처음 멕시코에 왔을 땐 직항이 없어 최소 1곳 경유, 총 비행시간 20시간정도였다) 1년에 한번 볼 수 있을까 말까한 사이가 되다보니 자연스레 부딪힐 일은 줄어들었다
그리고 어찌됐든 나는 스페인어로 월급을 따박따박 받고 사는 직장인이 되었고 이미 직장인 2년차였던 한살 터울 오빠와 둘째이자 막내인 내가 모두 제 밥벌이를 하며 떨어져 나가니 홀가분한 마음 한편에 허전함이 자리잡은 부모님도, 고단한 밥벌이로 내 한몸 건사하는 것도 이렇게 힘들구나 하며 새삼 자식 둘까지 짊어지고 버텨온 어버이 은혜를 깨달은 나도 서로 상처가 될만한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고, 1년에 만날 수 있는 며칠 안되는 날들에는 하루하루를 아쉬워하며 그저 맛있는 음식과 좋은 것들 보고 누리는 것으로 보내자 하게 되었다(전혀 안싸운건 아님)

부모님,외할머니와 함께한 하와이여행
외할머니와 오붓한 식물원 나들이


한국보다 금전적인 여유로움, 안타깝게도 급여가 눈이 확 뜨이게 높은건 아니고(오히려 첫 직장 3개월 수습기간은 정말 터무니 없었고 3개월 후에도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고, 이후 조금씩조금씩 인상이 있었다)
집값 외에는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조금 저렴한 물가(집값은 천차만별이지만 전세 제도가 없고 안전과 생활 환경을 고려해서 조금 비싸지만 괜찮은 집으로 고름..), 한국에서 멀리 있기에 각종 경조사나 주변 사람들 챙길 일이 적어서 굉장히 자기 주도적인 지출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소비가 '나'를 위해서만 이루어지다보니 비슷한 돈으로 조금 더 여유로운 느낌이다+ 한국보다 저축 개념이 적은 멕시칸들 사이에서 지내다보니 저축에 해이해져 씀씀이가 커져서 더 윤택한 생활을 한 덕도 있다....티후아나 온 후로는 조금 저축 비율을 늘리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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