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몬테레이 Tec대학 근처에 살던 어느 날, 할인에 혹해서 6개월 정기권을 끊었던 헬스장 이용기간이 끝나고 기간퇴을 연장할지, 다른 헬스장으로 옮길지, 아님 다른 운동을 배울지 고민을 했었다
선결제를 했으니 주 3-4회씩 나름 성실히 다녔지만 매번 비슷한 운동이 조금 지루했고, 그저 살을 더 찌우지 말자는 의무감에 뭐가 됐든 운동은 하긴 해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길 Garza sada 큰 길가를 지나며 눈에 들어 온 체육관 간판, 조금 낡아 보이는 건물에 복싱,킥복싱,무에타이,주짓수,태권도까지
차로 스쳐가며 보고, 인터넷을 뒤적이니 홈페이지가 하나 나왔지만 업데이트가 안된지 오래된듯 쓸만한 정보는 없었다
한국에서부터 한번쯤 복싱을 배워볼까, 그렇게 스트레스가 풀린다던데, 근데 나는 줄넘기 지루해서 싫어하는데 하며 생각만 몇번이고 했었는데 이참에 배워볼까 싶었다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이래저래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를 받던 차여서 누구든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아무나 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샌드백이라도 치면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근데 그게 뭐라고 또 몇날며칠을 주저하다 어느 저녁, 친구 두명과 내 최애 뷔페였던 Mr.Pampas 에 가기로 한 날, 왜 하필 저 날이었는지 기억은 안나고 그냥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준비를 마친 어느 평일 저녁에 큰 마음을 먹고 체육관 등록을 하러 갔다
바로 문 앞까지 가서 통유리 안쪽을 훑어보니 생각보다 깔끔한 내부에 제법 많은 학생들이 복작이고 있었다
괜히 심호흡 두어번 하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딸랑 하는 소리에 리셉션에 있던 사람이 돌아봤고 1초간 정적
-아, 그 수업 정보 좀 물어보려 왔는데..
-어떤 수업 관심 있니? 혹시 스페인어 하니?
-ㅇㅇ, 스페인어 할 줄 알아, 복싱 수업 듣고 싶은데
-체육관은 월-목 운영하고 시간표는 여기 팜플렛에 있어, 복싱은 매일 오후 6시야
-아....나 퇴근하고 오면 6시는 너무 빠듯한데 다른 시간대는 없을까
-6시 수업은 복싱이고 7시,8시에는 킥복싱이랑 주짓수 수업 있어, 월회비만 내면 시간대 맞는 수업 아무거나 들어갈 수 있는데 킥복싱은 관심없니?
-음...생각은 안해봤는데 괜찮을 것 같아, 오늘 등록만 하고 내일부터 와도 될까
-그럼, 지금 등록하면 가입비는 면제고 체육관 티셔츠 하나 선물로 줄게
같은 대화를 했던 것 같다
보통 리셉션에는 첼리나 이스마가 혹은 종종 관장님이 직접 앉아있었는데 저 날은 아마 관장님이랑 첼리가 있던 것 같다
뭔가 긴장한 채로 수업 등록을 마치고, 시간표가 적힌 팜플렛을 손에 들고 들뜬 마음으로 나왔더랬다
나는 수업중이던(지금 생각하니 복싱 수업 시간이었다) 학생들 열기에 괜히 긴장, 리셉션에선 뜬금없이 나타난 외국인이 스페인어를 못할까봐 긴장...ㅋㅋㅋ
그리고 그 바로 다음 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간 첫 킥복싱 수업에서(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MMA 수업이라 종종 그래플링 기술도 배웠다) 외국인 학생이 신기한 코치의 폭풍 칭찬과 관심 덕분에,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체력소모도 크고 집중력도 필요한 덕에 체육관에 있는 동안은 회사 스트레스를 아예 잊을 수 있었기에 남은 몬테레이 생활 내내 우수한 체육관 출석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티후아나에서 다니고 있는 체육관도 몬테레이 체육관 친구들한테 추천 받은 체육관이고, 코로나로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수업 출석률은 몬테레이보다 저조하지만 티노를 적극 활용해서 개인 강습으로 연습량을 채우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취미인데 지금은 취미 그 이상의 욕심이 조금 생겨서 더 나이 들기 전에 한번쯤은 진짜 링에서 시합해보고픈 마음이 커져서, 올해 안에 아마추어 경기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름 취미 부자인 내 마음 속 원탑은 격투기니까, 오늘 시작한 골프 포스팅 올리려다가 격투기 포스팅 먼저 하나 올려주는게 예의 같아서 급하게 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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